나에게 천사가 내려왔다(통칭 와타텐)을 본지 시간이 꽤나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후기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19년도 1분기에 방영한 일상물 TVA로 총 1쿨 구성으로 방영되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어 사람만나는것을 기피하는 여대생인 미야코가 초등학생인 동생의 학교친구인 하나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개요만 듣더라도 이 작품은 일상물이라는걸 예측할 수 있다.
와타텐은 최근들어 등장한 일상물들과 같이 등장인물을 계속해서 소비해나가기보다는 초반부에 대부분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 캐릭터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것이 아닌 작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초반에는 다소 쓸쓸했던 미야코의 주변을 채워나가는 느낌을 주었다. 1화부터 등장하는 사실상 여주인공인 하나는 등장과 함께 미야코의 귀여움 레이더망에 걸리게 되고 자신의 취미인 코스프레 옷 제작의 모델(미야코의 집에서만으로 한정되었지만)로 활동하게된다.
미야코의 동생인 히나타의 학교 친구들이 미야코가 사는 집에 놀러오는게 스토리의 대부분인데 보통 집에 자주 놀러오는 멤버는 히나타, 하나, 노아 세명이다. 애니를 보면 알겠지만 하나의 쿨한 성격과 히나타와 노아의 활발한성격이 어우러져 밸런스 잡혀 있으면서도 정신없는 전개가 계속된다. 여러 일상물이 그렇겠지만 집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다보면 아무리 그 내용이 참신하다고 해도 반복되는 폐쇄적인 배경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가 쉽고 12화는 커녕 중반도 가지 못해 하차하게 되는 시청자도 생길수 있다. 물론 그 근본이 일상물이기때문에 집이라는 배경을 작품전체에서 떼놓을수는 없겠지만 중간중간 다른 배경(대학교, 쇼핑몰)등을 도입해 환기를 해주거나 새로운 이벤트들이 발생하는등의 효과를 주기 때문에 매 편이 새롭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작품에서 캐릭터들이 하는 행동은 크게보게되면 굉장히 단순하다. 그냥 미야코가 사는 집에 와서 놀고, 먹다가 집에 가는 내용이다. 이런 한정된 공간과 인물만으로 구성된 일상물의 경우 캐릭터의 매력과 인간관계의 묘사가 굉장히 부각되게 된다. 그런면에 있에 있어 와타텐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화로 캐릭터들을 그려낸다.
작품 전체에 있어서 작화가 무너지거나 보기 불편한 적이 아예 없을정도이며 일러스트급의 작화수준이 러닝타임동안 꾸준히 유지된다. 1화에서 고양된 기대감이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기란 정말 힘든일인데도 불구하고 작화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끝까지 실망감을 주지 않고 기대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전투씬이나 역동적인 장면이 비교적 적은 일상물의 경우 일정 수준의 작화가 유지되는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캐릭터를 어느정도 거리에서는 단순하게 표현한다던가 2명이 이상이 한컷에 나오는 장면을 줄인다던가와 같은 방법으로 캐릭터 작화의 비중을 낮추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와타탄에서는 2명, 3명 이상 나오는 장면에서도 작화를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한다.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거나 컷의 중간쯤에서는 인물을 좀더 작게 그려서 단순화시킬법도 한데 오히려 선이 더 굵어진데다 신체등신은 더 줄어들어서 다른 느낌으로 귀여운 느낌을 준다. 물론 배경이 집이기때문에 피사체를 멀리 두는것도 이상하지만 작품 전체에서 단순화된 캐릭터마저 아이덴티티가 강하게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와타텐에서는 캐릭터들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줄만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의미로는 그냥 주변에서도 볼법한 캐릭터들과 사건들이 나열된다는것인데 이는 우리 일상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소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해지지 않는다. 이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캐릭터들도, 배경도, 사건들도 어느곳하나 통상적인 개념의 일상에서 벗어난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안정된 작화도 한몫 하겠지만 처음에 독자들에게 인식된 캐릭터가 끝까지 유지된다는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동이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역으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생기는것이다.
캐릭터가 성장한다기 보다는 캐릭터간의 관계가 성장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미야코와 히나타, 하나 모두 자신만의 문제를 조금씩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고치고 더 나은사람으로 발전한다는것보다 서로의 약한점을 보완해주며 함께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작품 전체에서 하고있다고 느꼈다. 그저 이대로, 크게 변하지 않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것일까.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고쳐야하는것으로 인식하는것이 아닌 서로를 지탱해줄 접촉점이 된다면 어떨까. 너는, 우리는 이대로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듯한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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